봄 같지 않은 봄이 물러나자 땀 많은 사람 괴로운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여름이면 더운 것도 더운 거지만 약간만 움직여도 흐르는 땀 때문에 여간 불편하지 않다.
옛사람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하여 지나친 것과 부족한 것을 동일 선상에 두고서 둘 다 경계하라고 했다. 그러나 경험칙상 체온조절이 불가능할 정도로 땀이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아무래도 땀이 많은 것보단 좀 모자란 것이 생활하기엔 더 낫다.
하여튼 땀이란 많으면 많은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고충이 뒤따른다. 그런데 남의 고뿔보다 내 손톱 밑 가시가 더 아픈 법이어서 땀 많은 사람은 땀 없는 사람의 고충을 모르고 땀 없는 사람은 땀 많은 사람의 애로를 모른다. 나만 안다.
매움의 강도와 상관없이 캡사이신 성분을 섭취하면 자동으로 땀이 흐르는 체질이니 땀 많은 사람의 고충을 너무 잘 알고, 걸을 때면 신발 안에서 양말이 저절로 벗겨질 정도로 발에 땀이 없었으니 땀 없는 사람의 마음도 잘 안다.
하여, 땀 많은 사람이나 땀 없는 사람이 더는 땀 때문에 힘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윗대부터 내려오던 비법을 공개한다.
미리 일러둘 것은 여기 제시된 방법이 누구에게나 통(通)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제대로 임상시험을 거친 것이 아니라 개인의 체험일 뿐이다. 다만 전해오는 말을 토대로 하였으므로 대체로 모두에게나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니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시키는 대로 했는데 안되더라”라고 따지면 안 된다. 그저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따라 하기 바란다.
본가에는 몇 대부터였는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윗대부터 전해오는 말이 하나 있다. “머리 감고 닦은 수건으로 발을 닦지 마라”는 말이다. 머리 닦은 수건으로 발을 닦으면 발에 땀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간혹 수건이 모자라 수건 한 장으로 얼굴, 머리, 발을 닦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렇게 몇 번만 하면 신발 속에서 양말이 벗겨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발에서 땀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수시로 그런 일을 겪다 보니 머리를 닦은 수건으로는 절대 발을 닦지 않게 되었다.
확실히 머리 감고 머리카락을 닦은 수건으로 발을 닦으면 발에 땀이 안 나고, 얼굴을 닦으면 얼굴에 땀이 안 난다. 그러니 땀이 많아서 고민이라면 머리 감고 닦은 수건으로 원하는 부위를 닦으면 될 것이다.
왜 그런지 과학적으로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아마 머리카락에 함유된 기름기가 얼굴이나 발의 땀구멍을 막는 것은 아닐까 사료(思料)된다.
우리 인체에는 약 200만~400만 개의 땀샘이 있다. 여기에서 땀이 생성되어 분비되는데 땀샘의 구멍을 막아버리면 땀이 나오고 싶어도 나올 수 없으니 이론적으로 틀리지 않는 추측이라 생각한다.
병원에서 땀샘을 막는 시술을 받는 것보다야 간편한 방법이므로 시도해보는 것도 괜찮겠지만 생활이 불편할 정도가 아니라면 머리 닦은 수건은 피부를 건조하게 만드는 원흉이므로 가급적 조심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노파심에서 한 번 더 말하거니와 이 방법이 백이면 백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마다 체질이 제각각이어서 사람에 따라 머리카락에 함유된 유분의 양도 다를 것이므로 사람에 따라 몇 차례 만에 효험이 있을 수 있고, 오래도록 행해야 할 수도 있고, 개중엔 전혀 효험이 없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몸에 땀이 너무 없어 고민이면 혹여 자신이 수건을 너무 막 쓰는 것이 아닌지 한번 살펴볼 일이요, 땀이 너무 많아 괴롭다면 머리를 감고 닦은 수건으로 얼굴이나 손발을 닦아봄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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