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이거 참 난감하네

1980년대 버스정류장
서울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차례로 버스에 탑승하고 있는 모습 (1984년)

서울은 대중교통 망 정비가 잘 되어 있어요. 밤늦도록 서울을 달리는 버스는 멈추지 않죠. 심야에만 서울의 동서남북을 오가는 버스가 따로 존재하고 있을 정도예요.

서울 시내에서는 차가 많이 막히기 때문에 승용차를 꼭 가지고 가야 할 일이 있는 게 아니라면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좋아요.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 버스는 전용 차로로 이동하기 때문에 비교적 약속 시간을 지키는 것도 수월하죠.

갑자기 왜 버스 이야기를 하냐고요? 오늘은 버스를 이용하면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알아볼 거거든요. 그럼 일단 덕구씨 이야기를 들어 보도록 할게요.

덕구씨는 서울에 살고 있어요. 매일 아침 6시면 일어나서 씻고 출근 준비를 하죠. 그리곤 서울 중심가에 있는 덕구일보 사옥으로 출근을 해요. 물론 서울의 아침은 교통지옥이기 때문에 항상 버스를 이용해 출근을 하죠.

2017. 6. 12. 월요일. 평소와 마찬가지로 덕구씨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침 일찍 일어나 버스를 타고 회사로 향했어요. 종로에서 버스가 멈추고 덕구씨는 버스의 뒷문 출구 쪽 맨 앞에서 손잡이를 잡고 서 있다가 버스가 완전히 정차한 후 뒷문이 열리자 하차를 하죠.

마지막 계단을 밝고 내려서던 중 덕구씨는 몸의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지면에 머리를 부딪치는 사고를 당하게 되고, 급히 병원으로 후송되었지만, 결국 사망하고 말아요.

가족들은 촉망받던 덕구씨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슬픔에 잠기죠. 그리고 버스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하기에 이르러요. 과연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요?

물론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우리 모두에게 충분히 일어날 법한 이야기이기도 해요. 결론적으로는 안타깝게도 법원은 버스회사의 손을 들어 줄 거 같아요.

우리나라에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이라는 법이 있어요. 이 법 제3조는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는 그 ‘운행으로’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부상하게 한 경우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어요.

즉,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가 책임의 주체가 되고, 그 ‘운행으로’ 사고가 발생된 경우에 한해 책임을 지게 되어 있어요. 우리 판례는 이 ‘운행’의 정의에 대해 사람 또는 물건의 운송 여부에 관계없이 자동차를 당해 장치의 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어요.

그리고 판례는 자동차를 당해 장치의 용법에 따라 사용한다는 것은 자동차의 용도에 따라 그 구조상 설비되어 있는 각종의 장치를 각각의 장치목적에 따라 사용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써

자동차가 반드시 주행상태에 있지 않더라도 주행의 전후단계로서 주정차상태에서 문을 열고 닫는 등 각종 부수적인 장치를 사용하는 것도 포함되지만,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는 운행 중에 일어난 모든 사고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그 중에서 운행으로 말미암아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적시하면서,

버스가 정류소에 완전히 정차한 상태에서 승객이 하차하다가 몸의 중심을 잃고 넘어져 부상한 경우, 이것이 자동차 운행 중의 사고이기는 하나, 운행으로 말미암아 일어난 것이라고는 볼 수 없어 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죠.

이러한 판례의 태도에 비추어 볼 때, 우리 덕구씨가 비록 버스에서 하차를 하다가 사고를 당하긴 했지만, 당해 버스가 갑자기 운행을 시작하려 했거나, 하차 계단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거나 하는 등의 특별한 사유가 있었던 게 아닌 이상은 버스회사에 책임을 묻기는 어려워 보여요.

그러니 우리 덕구일보 독자님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실 때 항상 안전 수칙을 잘 준수하셔서 큰 사고가 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세요.

김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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