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을 살펴보던 중 문재인 대통령이 올린 글이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27일 새벽 저커버그 CEO의 메일 잘 받아보았다면서, 페이스북은 ‘사람 중심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대선전부터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리더니 이젠 이 말을 모르면 무식쟁이가 될 판이다. 정치권은 딱히 정의하기 어려운 말을 만들어내는 곳인가 보다. ‘창조경제’가 그러하고 ‘새정치’도 그러했다. 그런데 이번엔 ‘4차 산업혁명’이다.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무식쟁이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여기저기 수소문해보니 마침 그쪽으로 해박한 지식을 가진 모씨가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책을 읽어보라고 알려준다. “아구, 난 픽션전문이지 논픽션은 질색인데…” 그렇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어 읽었다. 그리고 알았다. 제4차 혁명은 창조경제처럼 애매모호한 개념이 아니라는 것을.
적성에도 맞지 않는 책을 읽느라 고생했지만 단기기억공간에 보관된 내용이 사라지기전에 기록으로 남겨둬야 할 것 같다. 클라우드 슈밥은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기술로 물리학, 디지털, 생물학을 꼽았는데 솔직히 책은 읽었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디지털에 관한 내용뿐이다.
엉성하거나 말거나 덕구일보라는 플랫폼에 몸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플랫폼은 디지털과 맥을 같이한다. 그러니까 플랫폼만 이해를 하더라도 제4차 산업혁명을 어느 정도 인식하는 셈이니 무식쟁이는 면하는 것이라 위안은 될 듯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택시 기업인 우버(Uber)는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가 없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미디어인 페이스북은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소매업체인 알리바바는 물품 목록이 없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숙박 제공업체인 에어비앤비(airbnb)는 소유한 부동산이 없다.
Uber, the world’s largest taxi company, owns no vehicles. Facebook, the world’s most popular media owner, creates no content. Alibaba, the most valuable retailer, has no inventory. And Airbnb, the world’s largest accommodation provider, owns no real estate. Something interesting is happening. Something interesting is happening.
이 말은 제4차 산업혁명의 저자 클라우스 슈밥이 미디어 전략가인 톰 굿윈(하바스 전략&혁신 수석부사장)이 ‘테크크런치(TechCrunch)’에 기고한 글을 소개한 내용이다. 문장 끄트머리에 “뭔가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말이 눈길을 끈다. 톰 굿윈은 이 기고글을 통해 콘텐츠보다 플랫폼이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클라우스 슈밥은 “온디맨드(On-Demand) 경제는 ‘플랫폼 구축과 기초자산 보유 가운데 더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면서 톰 굿윈의 이 기고글을 인용하였다. 해답이 나와 있는 질문이다. 톰 굿윈의 기고글을 읽고서 누군들 ‘플랫폼’이라고 하지 않겠는가.
온디맨드 경제는 주문형 경제 혹은 공유경제로 불린다. 위 인용글에 나왔던 우버, 페이스북, 알리바바, 에어비앤비는 온디맨드 경제의 상징과 같은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을 ‘플랫폼’기업이라고 하는데, 혁명적으로 발전한 네트워크와 디지털기술이 이들 플랫폼 기업을 탄생시키고 온디맨드 경제를 발전시키고 있다.
플랫폼 기업이 갑자기 등장한 새로운 개념의 기업은 아니다. 이미 제3차 산업혁명 시대에 등장했다. 그렇지만 제4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세상과 직접 연결된 글로벌 플랫폼의 출현이라는 것이 슈밥의 설명이다. 플랫폼 전략은 수익성이 높고 기존의 시장 체계를 완전히 흔들 만큼 파괴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슈밥이 말하는 온디맨드 경제나 굿윈이 말한 플랫폼기업에 관한 이야기는 길게 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책을 통하여 자신의 상황을 진단하고 그에 맞는 처방을 받는 것을 선호한다.
플랫폼이란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정밀한 기계와 같다. 이 기계는 재료가 들어가면 작동하여 완성품을 만들어 낸다. 이는 콘텐츠가 플랫폼을 통하여 완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디지털이 더해져 세상과 맞물리면 제4차 산업혁명이 되는 것이고.
슈밥은 ‘제4차 산업혁명’을 통하여 세계 경제현상을 설명하였고, 굿윈은 시스템이 잘 돌아간다는 전제에서 플랫폼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플랫폼은 콘텐츠를 담아내는 그릇이다. 콘텐츠 없는 플랫폼은 빈바가지이고, 플랫폼 없는 콘텐츠는 옆구리 터진 김밥과 같다.
상대적 가치평가로 콘텐츠냐 플랫폼이냐를 논할 수는 있겠지만, 어짜피 상호보완이 되어야 완성되는 것이므로 이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오히려 모든 사람들이 콘텐츠는 무시하고 플랫폼 개발에만 매달릴까봐 걱정이 앞선다.
그런데 “잠자는 동안에도 돈이 들어오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당신은 죽을 때까지 일을 해야만 할 것이다.”라는 워린 버핏(Warren Buffett)의 말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제4차 산업혁명시대 클라우스 슈밥이 던진 메시지는 분명했지만 이래저래 나의 머리를 더욱 무겁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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