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어느 날, 더위에 축축 늘어진 산호수를 보고 아무 생각 없이 어린아이 머리 깍듯이 댕강댕강 가지를 쳤다.
한참 손보다가 주변을 살피니 잘려나간 산호수 가지가 여기저기 늘려있다. 이 일을 어쩐다? 뒤늦게 산호수 가지들이 안쓰럽게 느껴지면서 죄책감이 든다.
혹여 가지를 물에 담아두면 다시 살아나지나 않을까 싶어 잘려나간 산호수 가지를 조심스레 주워들고 와서는 깨끗한 물이 담긴 유리그릇에 산호수 가지를 담아두고 소생하기를 기다렸다.
몇 주가 지난 오늘, 살펴보니 산호수 가지를 담아 놓은 유리그릇의 물이 한껏 줄어있고, 실오라기처럼 가는 뭔가가 보인다. 어라? 산호수 가지 끝마다 뿌리가 내리고 있었다.
경이롭다 해야 할지, 감사하다 해야 할지. 나의 생각 없음이 만든 고통을 산호수 가지들이 참아내고 살아줘서 고맙다.
“고맙다. 산호수야!”
내가 생각 없이 산호수의 가지를 쳐냈듯 사람들은 자신도 모른 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상처받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떻게든 그 상처를 극복하며 살아간다. 나 또한 그러리라는 것을 소생한 산호수를 보면서 깨닫는다.
모든 행동 뒤에 일어날 일을 한 번 더 생각 해 보는 값진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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