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의 현의 노래

김훈의 ‘현의 노래‘는 가야금의 대가 ‘우륵’을 중심으로 가야, 신라, 백제, 고구려가 얽히고설켜 만들어 낸 이야기다. 357쪽에 달하는 장편이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간결하고 등장인물도 단출한 편이다.

현의 노래 - 김훈
김훈 장편소설 〈현의 노래〉

책의 크기가 부담스럽지 않아 이동 중 읽기에 편하다. 책이 좀 두꺼워지더라도 크기가 작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그러한 점에서 이 책은 만족스럽다.

‘현의 노래’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가야시대의 풍습이었던 순장에 대한 묘사이다. 얼마나 강렬하게 뇌리에 박혔던지 책을 덮고서 머릿속을 뒤져보니 가야금은 없고 순장에 대한 묘사만 남아 있다.

순장자들은 왕보다 먼저 각자의 구덩이 속에 누워 왕의 하관을 맞았다. 늙은 부부가 머리와 다리를 거꾸로 포개고 한 구덩이 속에 누웠고 젊은 부부는 아이를 사이에 끼고 모로 누워 끌어안고 눈을 감았다. 아낙이 허연 젖을 들어내고 젖꼭지를 물려 우는 아이의 입을 막았다.

군사들이 밥그릇을 던졌다. 지관이 두 손으로 커다랗게 원을 그려 신호를 보냈다. 구덩이마다 지키고 섰던 군사들이 돌뚜껑을 덮었다. 구덩이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서두르시오. 일출 전에 끝내야 하오.” 지관이 독촉했다. 외곽 쪽 구덩이 속에서 아이 울음이 새어 나왔다. 땅속에서 재갈이 풀린 모양이었다. 구덩이마다 울음소리가 번져나갔다.

‘현의 노래’에는 여러 쪽에 걸친 ‘순장’에 대한 묘사가 나온다. 무서우리만치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어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 밤에 읽는다면 잘 때 애로가 있을 것 같다.

학창시절 배웠던 ‘순장제도’를 눈으로 보는 듯 묘사된 문장으로 접하고 보니 참담하기 그지없다. 순장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고대 오리엔탈 문명이 존재했던 지역은 물론이고, 멀리 아프리카 지역까지 광범위하게 퍼져있었던 풍습이라는 사실이 그나마 위안이 될 뿐이다.

김훈의 ‘현의 노래’는 기대감 없이 읽으면 괜찮은 축에 들지만 우륵과 가야금에 대한 어떤 기대를 가지고 읽으면 실망감이 들 수도 있다.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읽어보시라 권하지는 못하겠다.

한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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