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라스 케네디의 로맨틱 스릴러, 파리5구의 여인

파리5구의 여인 - 더글라스 케네디
더글라스 케네디의 ‘파리5구의 여인’

어쩌다보니 또 더글라스 케네디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엔 로맨틱하면서도 섬찟한 스토리의 ‘파리5구의 여인’이다.

먼저 소개했던 더글라스 케네디의 다른 작품들 ‘더 잡‘이나 ‘빅 픽처‘와 마찬가지로 ‘파리5구의 여인’ 역시 조동섭이 옮기고 도서출판 밝은세상에서 출간했다. 번역이 개똥같으면 원본이 아무리 훌륭해도 같이 개똥이 되는데, 깔끔한 실력을 가진 번역가를 만났으니 더글라스 케네디는 복도 많다.

번역가를 칭찬했으니 개운한 마음으로 책 끄트머리에 있는 ‘옮긴이의 말’ 가운데 일부를 옮기는 것으로 줄거리를 요약하는 수고를 조금 덜어 낸다. 난 줄거리 적는 것이 왜 그렇게 싫은지 모르겠다.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사람이 있습니까? 제가 대신 복수해 드리죠.”

누구나 한 번쯤 이렇게 속삭이는 사람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품은 적이 있지 않을까? 하지만 악마와의 거래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그 결과 파우스트의 영혼은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원히 얽매이지 않았던가?

‘파리5구의 여인’의 주인공 해리 닉스는 절망에 빠져 신음하다 악마의 올가미에 걸려든다. 젊음과 열정을 바쳐 이룬 대학교수라는 신분과 안락한 가정을 한꺼번에 잃고 파리로 쫓기듯 떠나온 해리 닉스는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암흑가에서 운영하는 건물의 경비 일을 떠맡게 된다.

가난한 이민자들, 거짓과 폭력이 난무하는 뒷골목, 좁고 지저분한 셋방, 불법 사업을 벌이는 게 분명한 일터.

해리는 이토록 음울하고 끔찍한 상황에서도 재기를 위한 마지막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소설 집필은 해리를 미래의 세계로 연결해주는 유일한 끈이다.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해리 앞에 한 여인이 나타난다. 헝가리 태생인 그녀의 이름은 마지트 카다르. 해리는 아름답지만 온통 베일에 휩싸인 신비의 여인 마지트에게 금세 빠져든다.

파리5구의 여인
호기심을 자극하는 파리5구의 여인에 대한 소개글.

책을 소개할 때 가급적이면 더글라스 케네디와 같이 유명작가의 작품을 피하려고 한다. 내가 아니어도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홍보(?)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리 피하려고 해도 그것이 참 쉽지 않다. 아무래도 작품의 완성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빅 픽처더 잡을 읽으며 괜찮게 여겼던 작가가 처음으로 장편소설을 출간했기에 기꺼운 마음으로 소개하려고 읽었다가 당최 스토리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아 실패한 적이 있었다.

깔끔한 문장에 집착하다 보니 이야기를 명확하게 전달하는데 실패한 케이스였는데, 멋진 조경수를 야산에 심어놓은 격이랄까 결국 그 책은 다 읽지도 못했다. 칼럼리스트가 소설을 쓰면 그렇게 되지 싶다.

각설하고, 파리5구의 여인에서 옮긴이와 의견이 다른 것이 있는데 “악마와의 거래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라는 부분이다. 악마가 아니더라도 모든 거래에는 대가가 따르는데 이 부분은 안 좋은 결말로 못 박아 둔 듯해서 동의하기 힘들다.

‘귀신은 악마’라는 선입견이 대입된 결과인데, 죽은 사람이 귀신일 수는 있으나 꼭 악마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우리 전래동화에 착한 귀신이 얼마나 많은데. 은혜 갚은 귀신도 많고.

이야기하다보니 이 작품에 귀신이 나온다는 것처럼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난 귀신 나온다고 말 안했다. 귀신도 귀신 나름이라고 했지. 요즘 사람들 스포일러를 싫어하는 거 아는데 설마 그러겠나.

지나간 책만 소개하고 있으니 당연하겠지만 이 책 역시 출간된지 제법 지났다. 그래도 시중에서 쉽게 접할 수 있을 테니 읽을 거리를 찾는다면 선택해도 괜찮지 싶다.

서큐버스가 등장하는 판타지소설도 많고, 환상적인 요소를 담고 있는 비슷비슷한 다른 소설도 많지만 ‘파리5구의 여인’을 읽어보면 더글라스 케네디가 얼마나 뛰어난 이야기꾼인지 알 수 있다.

한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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