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연휴는 잘 보내셨나요?
길었던 연휴를 떠나보내고, 일상으로 복귀하려니 그 떠남이 아쉽기만 하네요. 하지만 이런 아쉬움이 있어야, 연휴가 주는 즐거움이 배가 되겠죠?
오늘은 연휴의 끝남으로 싱숭생숭한 마음을 더 싱숭생숭하게 할 이야기를 해볼게요. 군형법에는 다음과 같은 조항들이 있어요.
군형법 제1조(적용대상자)
① 이 법은 이 법에 규정된 죄를 범한 대한민국 군인에게 적용한다.
② 제1항에서 “군인”이란 현역에 복무하는 장교, 준사관, 부사관 및 병(兵)을 말한다. 다만, 전환복무(轉換服務) 중인 병은 제외한다.
③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하여는 군인에 준하여 이 법을 적용한다. <개정 2016.5.29>
1. 군무원
2. 군적(군적)을 가진 군(군)의 학교의 학생ㆍ생도와 사관후보생ㆍ부사관후보생 및 「병역법」 제57조에 따른 군적을 가지는 재영(在營) 중인 학생
3. 소집되어 복무하고 있는 예비역ㆍ보충역 및 전시근로역인 군인
군형법 제92조의6(추행)
제1조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즉, 군형법에는 군인 사이의 항문성교를 추행죄로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어요. 과거 당해 규정은 동성간의 성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이에 대해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있자, 동성·이성을 포함한 모든 항문성교행위를 추행죄로 처벌하도록 개정했죠.
그런데 참 이상하죠. 동성간 성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자, 한발 더 나아가 이성간의 항문성교행위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처벌의 범위가 확대되어 버렸으니까 말이죠.
개인 사이의 성행위는 지극히 내밀하고, 사적인 영역이라 할 수 있어요. 그런 성적취향의 부분까지 국가의 공권력이 개입해서 제한하려고 하는 그 발상자체가 놀랍지 않으신가요?
위헌소지가 다분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당해 규정이 현존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놀라워요.
국가는 이야기해요. 군대의 ‘특수성’과 ‘전투력 보존’을 위해 당해 규정이 필요하다고. 국가는 군대내의 반인권적 행위에 대해서는 항상 군대의 특수성과 전투력 보존을 이야기 하죠. 하지만 정작 군사강국인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군인의 자율성을 강조하지, 이런 방식으로 군인들을 억압하고 제한하려 하지 않아요.
동성애 문제만 하더라도, 미국과 일본정부는 군대내 동성애는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일 뿐 국가가 개입해 제한하거나 처벌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죠.
또한 당해 규정은 앞서 말한 것처럼 그 처벌의 범위가 매우 광범위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어요. 국가가 생각하는 성적취향(?)을 군인에게 강요하고, 국가가 원하는 성적취향과는 다른 성적취향을 가지고 있으면 처벌하겠다고 법에 규정하고 있는 거죠.
예를 들어 군인 부부가, 자기 집에서, 항문성교를 하게 되면, 그러한 행위는 국가가 원하는 방식의 성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군형법92조의6에 의해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하루 속히 이런 말도 안 되는 규정들이 개정되어서 군인들이 국가의 소모품이 아닌 인간으로 대접받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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