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 폴 맥어웬의 SF소설, 소용돌이에 다가가지 말 것

2017년 노벨 물리학상 유력 후보 3명 중 한사람으로 거론되었던 물리학자 폴 맥어웬(Paul McEuen)이 쓴 첫 번째 공상과학소설(Science Fiction, SF) ‘소용돌이에 다가가지 말 것’을 읽었다.

소용돌이에 다가가지 말 것
나노기술 분야의 전문가로 코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인 폴 맥어웬이 쓴 ‘소용돌이에 다가가지 말 것’.

저자인 폴 맥어웬은 미국 코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이자 국립 과학 아카데미의 회원으로 나노기술 분야의 전문가이다. 나노전기공학을 화학 및 생물학에 적용하는 방법을 연구하면서 CIA, 인텔, 하버드를 비롯한 다양한 기관의 기술 자문위원직을 겸하고 있는 바쁜 사람이 소설까지 쓰다니 전업 소설가들은 어쩌라고 참 못됐다.

동아시아 출판사의 SF브랜드 허블에서 지난 9월 출판한 이 책을 10월에 선물 받고, 북한강 여행길에 읽으려고 가지고 갔다가,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1946년 3월, 태평양(12쪽~52쪽)’만 읽고는 그냥 덮었다. 여행길에서 대충 소비하기엔 담겨있는 내용이 아까웠기 때문이다. 그만큼 도입부가 눈길을 끈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제대로 즐겨보고자 책꽂이에 예쁘게 꽂아뒀다가 어제서야 비로소 집어 들었다. 어쩌다 보니 11월엔 한권의 책도 읽지 못했는데 독서에도 슬럼프가 있는가 보다. 슬럼프엔 뭐니 뭐니 해도 스릴러가 최고이니 ‘소용돌이에 다가가지 말 것’을 아껴두길 잘했다.

이 책은 517쪽짜리 단행본으로 장르는 SF스릴러이다. 작은 가방에도 들어가는 크기라 일단 판형은 마음에 든다. 책이 조금 두꺼워지더라도 이런 크기가 지참하기에도, 책꽂이에 꽂아두기에도 편하다.

편안한 상태에서 책을 펼쳤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휘리릭 스캔을 했더니 총 여덟 섹션으로 되어 있다. ‘1946년 3월’이 프롤로그인 셈이고, 그로부터 64년 후인 2010년 ‘10월 25일 월요일’을 첫날로 하여 차례로 ‘둘째 날’, ‘셋째 날’, ‘넷째 날’, ‘다섯째 날’, ‘마지막 날’까지가 본 내용, 그리고 ‘1년 후’가 에필로그처럼 들어 있다. 10월 25일부터 10월 30일까지 6일간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총 54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겠지만, 흡입력 있었던 도입부에 비해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되는 첫째 날 이야기는 견인력이 떨어지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내심이 없으면 읽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둘째 날로 넘어가면 손에서 책을 놓기가 힘들어진다.

소용돌이에 다가가지 말 것
책의 뒷면에는 독자의 호기심을 자아내는 소개 글이 있다.

“폴 크릭 계곡에서 시체 하나가 발견됐습니다.”
“그래서?”

“그 시체가 리암 코너 교수님이랍니다.”

리암 코너가 죽었다.
하지만, 그가 스스로 저 다리에서 뛰어 내렸을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노벨상 수상자이자 명망 높은 생물학자, 그리고 곰팡이를 사랑한 코넬대학교 명예교수인 86세의 리암 코너. 그는 가족과 친구들에 둘러싸인 채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살고 있었다.

그날, 리암은 한 여성과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다리의 중간 지점에서, 비척거리며 걷던 그는 갑자기 달리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다리 난간을 넘었다. 다음 날, 코넬대학교 캠퍼스 내의 계곡 아래에서 리암 코너는 처참히 죽은 채 발견된다.

64년 만에 비로소 드러나는 731부대의 악행과 2차 대전 직후 일본에서 개발된 종말 병기 ‘우즈마키’. 리암의 유언에 따라 인류 사상 가장 끔찍한 테러 공격을 계획하는 정체불명의 음모자들을 막기 위해 나선 제이크와 매기, 딜런의 숨 막히는 추격전······. 

스릴러물이다보니 각별하게 스포일러가 신경 쓰여 책표지에 소개된 내용을 인용했는데, 읽어보면 알겠지만 사람의 호기심은 자극한다. 그렇지만 직접 책을  손에 쥐고 몇 장 넘기다 보면 실망하기 쉽다.

필요한 내용이라는 것은 알지만 리암 코너가 죽기 전까지 너무 지루하게 느껴졌다.  아마 책이 많이 팔리지 않는다면 스토리의 문제가 아니라 문장이 이유일 것 같다. 그저 스릴러물은 문장이 간결해야 한다.

과학자가 쓴 과학소설이라 책을 읽다 보면 관련 과학지식을 꽤나 얻을 수 있다. 모두가 독서의 위대함이다. ‘소용돌이에 다가가지 말 것’ 별 다섯 중 세개 반을 준다.

한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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