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감독 때문에? 베트남은 지금 열광의 도가니

베트남 축구팬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이 스즈키컵 준결승 2차전에서 필리핀을 2:1로 꺽고 결승에 진출하자 베트남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기뻐하고 있다.

“내가 동남아 축구 경기를 챙겨볼 줄 몰랐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모두가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 때문이다. 지금 베트남은 2002년 월드컵 당시의 대한민국을 연상시킬 정도로 열광의 도가니라고 한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12월 6일(한국시간) 베트남 하노이 마이딘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즈키컵 준결승 2차전에서 세계적인 명장 에릭손 감독이 이끄는 필리핀을 2대1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10년 만에 이룬 성과다.

동남아 국가들은 스즈키컵을 동남아 월드컵이라 해도 괜찮을 정도로 중요하게 여긴다. 전교1등을 하려면 반에서부터 1등해야 하는 것이니 당연한 순서다. 그런 대회에서 결승에 진출했으니 얼마나 좋을까. 이제 말레이시아만 꺾으면 명실상부 동남아 축구 챔피언이 된다.

그런데 베트남 국민이 이토록 열광하는 것은 스즈키컵 결승에 진출해서만은 아니다. 사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그럴 조짐이 보였다.

2017년 9월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박항서 감독은 올 1월 중국에서 열린 2018년 AFC U-23 축구 선수권 대회에서 베트남 축구열기에 불씨를 던졌다. 이 대회에서 약체로 평가받던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은 드라마틱한 과정을 거쳐 준우승을 한 것이다.

이어 8월 자카르타-팔렘방에서 열린 2018년 아시안 게임에서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은 일본을 꺾음으로써 아시아 전체를 깜짝 놀라게 하였다. 비록 준결승에서 한국에 패해 결승진출은 좌절되었으나 베트남을 56년 만에 아시아 4강에 올려놓으면서 박항서 감독은 명실상부 베트남의 축구영웅이 되었다.

베트남의 한 기자는 “지금의 열기가 두렵다”면서 “국민들의 기대치가 너무 올라가 있어서 자칫 스즈키컵에서 우승을 못하면 그 뒷일은 상상이 안 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만큼 지금 베트남은 축구 열기에 휩싸여 있다.

2002 월드컵에서 우리가 그렇게 발광을 칠 때 이를 신기해 하던 서양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특히 히딩크의 모국 네덜란드 사람들이 한국을 그렇게 열심히 응원했다는데, 그 마음이 지금 우리가 베트남 축구팀을 보는 마음과 같지 않았을까?

한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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