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가 너무 가깝다는 이유로 외국인의 승차를 거부한 택시기사에게 서울시가 경고처분을 내린 것은 정당하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너무 가깝다” 외국인 승차거부 택시기사…법원 “경고처분 정당”
분명히 택시기사의 승차거부는 잘못됐고, 서울시의 경고처분은 정당했고, 법원의 판결은 그른 것이 없었다. 그런데 마음은 개운치 않다. 왜 그럴까?
택시는 지하철이나 버스처럼 대중을 상대로 한 교통수단이지만 대중교통으로 분류되지 못해 버스전용차선 이용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혜택은 고사하고 각종 제재만 가득하다. 이번 승차거부에 대한 처벌도 그 중 하나이다.
음주승객으로부터의 폭행이나 각종 범죄에 노출되는 빈도는 버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데 그러한 사안은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주는 것은 하나도 없으면서 요구만 하는 이기적인 마음, 개운치 않은 나의 마음은 여기에 기인한다.
이번에 기사화된 승차거부의 이유는 ‘거리가 가까워서’이다. 가까운 거리를 가자는 승객이 달갑지 않은 이유는 당연히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돈이 안 되는 손님이 반갑지 않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뜬금없지만 나이트클럽 이야기를 해보자. 나이 든 사람이 나이트클럽에 가면 입구에서부터 제지를 받는다. 물을 흐린다는 이유로 입장거부를 당하는 건데 택시로 치면 승차거부다. 그러나 어디 가서 그런 이야기를 하면 나이 든 사람이 왜 그런데 가냐고 핀잔을 듣기 딱 좋다.
142m를 달려야 100원을 버는 택시. 141m면 100원을 못 번다. 그래서 깔딱깔딱 움직여 100원을 채우기도 한다. 그들은 100원, 100원 모아 하루 목표치를 채운다. 100원을 누구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그들이다. 승차거부의 이유가 ‘가까운 거리’ 때문이라면 우리가 관용을 베풀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일부 아니 어쩌면 많은 택시기사가 승객에게 무례하거나, 바가지를 씌우거나, 난폭운전을 하거나, 승객의 허락을 받지도 않고 합승을 시도하는 등의 잘못을 한다. 때론 택시를 이용하여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그래서 택시 타기를 두려워하는 여성들도 있다.
하지만 그들을 가지고 전체 택시기사를 판단하는 것은 사회의 일원으로서 열심히 일하는 택시기사에게 미안한 일이다.
사실 승차거부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홍세화의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에는 자신이 빠리에서 택시를 운전하면서 가까운 거리를 가자고 하는 승객을 만났을 때 마땅히 지켜야 할 규정인 것은 알지만 그것만큼 괴로운 것이 없었다고 토로하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는 ‘더불어 잘 살자’라는 말을 곧잘 한다. 더불어는 ‘함께’라는 뜻이니 ‘함께 잘 살자’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그 ‘함께’가 누구와 ‘함께’인지 의문스러울 때가 있다. 같은 종교를 믿는 사람끼리, 혹은 같은 정치적 성향의 사람끼리의 ‘우리끼리’를 ‘더불어’라는 말로 포장한 것은 아닐까?
아이젠하워가 대통령이 되기 전 컬럼비아대학 총장 시절 있었던 유명한 일화 한토막.
어느 날, 아이젠하워는 학생들을 무더기로 징계하려는 결재서류를 접했다. 징계사유는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잔디밭을 학생들이 함부로 보행하여 망가뜨렸다는 것이었다.
아이젠하워는 결재를 미루고 실무자와 현장답사를 나갔다. 현장에는 ‘출입금지’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그런데 적지 않은 학생들이 표지판을 무시하고 잔디밭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총장님, 총장님께서 보고 계시는데도 저렇습니다. 마땅히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합니다.” 실무자는 거 보라는 듯 말했다. 그러자 아이젠하워는 이렇게 말했다.
“아닐세, 어서 저 표지판을 치우고 그 자리에 길을 내어주게. 학교는 학생들을 편안하게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이것은 사고의 차이다. 잘못이 반복된다면 분명 어딘가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승차거부를 하지 말라고 하는데도 반복한다면 제도의 어딘가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문제점은 고쳐주고 규정을 지키라고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출발지와 목적지가 반경 1km 이내이고, 다른 교통수단이 있는 있는데, 긴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승차거부를 하더라도 면책을 한다든지 생각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상생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법을 집행하기 이전에 문제점이 뭔지 그 이유부터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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